오늘날 미술관의 장소만들기
미술관의 장소성과 뉴미디어
오늘날 미술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기여는 미술관의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관람객의 참여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실현되는데, 이것은 미술관의 최초 설립 취지를 유지할 수 있음과 동시에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을 인식시키도록 한다. 국내 미술관들은 주거지 밀집 지역과의 물리적으로 먼 거리로 인해 뉴미디어를 활발히 사용하며 관람객과의 소통과 그들의 참여를 보강하고 있으며, 미술관 공간 내부에서도 뉴미디어를 도입하여 관람의 편의를 돕고 있다.
국가의 상징성을 담보하는 역사적인 유물을 공공을 위해 보존하고 그들에게 개방함으로써 교화와 시민교육을 이끌었던 박물관의 시초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당시 계몽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공공박물관을 설립하여 근대화를 도모하였다. 수집, 소장, 보존, 전시, 연구의 기능을 갖춰 박물관 내외부의 사람들에게 ‘미학적 감동’ 또는 ‘지적 영감과 교류’를 제공하도록 하며, 미술관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한정되어 당대 미적 성취를 전시를 통하여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은 다양한 미술계 주체들과 당대를 설명하는 미술사를 기반으로 전시공간에 놓일 작품을 선별하게 되고, 작품과 공간, 관람객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사람들에게 ‘기억’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장소’로서 미술관은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사물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을 매개로 하여 사람들 간의 소통을 유발하는데, 이때 미술관 공간은 사람들에게 지리적 또는 지형적 영역으로서 역할 하는 것을 넘어 도시 안에서 공유하는 의미와 강력한 연관성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미술관은 작품이 놓이는 비어 있는 곳이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공통된 가치 체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은 장소성을 가질 수 있다.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서 위치를 선정하는 것부터 전시를 위해서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는 데까지 있었던 수많은 논의와 이데올로기의 충돌은 미술관이 위치한 도시의 사적 기억과 공적 기록의 흔적으로, 국가를 대변하고 나타내는 미술관 건축물에 축적된다. ‘사회적 공간’으로서 미술관 건축물은 하나의 공간이 겹겹이 쌓여 함축된 법칙을 실재적으로 보이는데, 경제적인 것, 기술적인 것, 정치적인 것이 활동하는 구체적인 장소의 미술관은 네트워크와 경로, 관계의 총체로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동시에 전담한다. 1989년 피터 버고가 쓴 'The New Museology'에 따르면, 과거의 박물관과 달리 현대에 들어서 박물관은 특수한 시설이나 제도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일종의 사회적 은유로 작용하고, 사회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변화하는 취향과 가치의 지형도를 그려야 하는 핵심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박물관의 근본적인 질서와 체계에 질문하는 신박물관학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원리가 확대된 현재의 도시 속 미술관은, 미술관이 갖춘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작품과 기억을 관람객과 연결하는 다차원적인 환경을 생산하는 가상의 장소로서 해석해야 한다.
개인의 소장품을 넘어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역사적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는 매체로서 전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주요한 기능과 임무 중 하나이다. ‘호기심 캐비넷’에서 시작된 박물관의 역사는 스튜디올로, 갤러리를 지나 프랑스 살롱전과 모더니즘의 화이트 큐브라는 전시 공간의 변천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귀중한 사물을 과시하듯 보이는 일에서 다수의 관람객과 작품 감상 경험을 공유하는 일로 발전해 나갔다. 또한, 사회·정치적 변화에 따른 역사의 변동을 배경으로 하는 미술사와 함께 예술작품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하고 다층적인 이데올로기의 서사에 의해서 미술관 공간에 전시되었다. 지식의 주체이자 대상으로서 사람들은 권력의 입장에서 만들어 놓은 전시를 관람하였는데, 점차 미술관은 개인적인 규모가 아닌 집단으로 스스로를 깨우칠 수 있도록, 미술관의 규율이자 지배력으로서 권력의 응시를 작동시켰다. 결과적으로, 미술관에 입장한 사람들은 기관이 세워놓은 질서와 규제에 직접 노출되지만, 그것을 스스로 인식함으로써 관람객은 자기감시를 내재화하며 전시를 통한 교육에 임하고 실천하게 된다. 전시는 그 이면에 가려진 권력 주체들의 관계와 역사를 노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관람객은 설득과 강압을 시도 받는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 전시는 유희의 목적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관람객을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포함하는 것에서 더 심화하여 그들의 욕망을 자극하게 되었다. 이것은 경험과 욕망의 경제에서 순환하면서 관람객은 순수한 미적 가치 또는 지적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미술관이 제공하는 극도로 정제되고 정돈되어 있는 시공간을 소비하기를 기대하면서 미술관에 방문하게 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접속성’, ‘다중성’, ‘시공간 전환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뉴미디어가 등장하였고,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작품의 디지털 이미지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와 위계를 허물고 해체하면서 폭발적인 생태계의 확장을 초래하였다. 본래, 미술관을 만드는 사람과 미술관을 점유하고 누리는 사람 간에 구분이 있었지만, 수평적인 웹(web)의 세계로 넘어감으로써 미술관과 관람객은 한 명의 개개인으로 연결되었다. 웹이 가지고 있는 수평성에서 기인한 인터랙션(interaction)은 기존의 방식을 허물었고, 이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뉴미디어가 야기한 순간적인 교감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개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물리적 거리를 망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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