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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2020.

'부분과 전체'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였다. 그리고 전시 공간인 복도갤러리가 그 관계를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대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품고 작가와 기획자는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곳에서 기획자는 한 문장의 질문으로 전시를 시작한다.
“부분으로 구축된 전체가 허구라면 개체의 온전한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 걸까.”
작가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골재 종이 상자를 매체로 선택하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복도갤러리에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각기 다른 면적의 상자들은 수치가 정해준 규격에 맞춰 갤러리의 한 벽에 세워져 있는 듯하지만, 벽면에 빼곡하게 들어 찬 상자들은 갤러리 밖의 모습을 내부로 끌고 온 것 마냥 독특한 배경이자 환경을 보인다. 가끔 눈에 띄는 빈 곳은, 지나가면서 만날 수 있는 치수를 갖고 있는 격자를 연상하게 하며, 이것은 우리에게 하여금 무언가를 집어넣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바닥에 깔린 회색의 러그는, 이 곳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촉감을 자극한다. 복도갤러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 또는 계단을 이용하는데, 전시의 시작 지점부터 작품이 놓이는 갤러리의 가장자리까지 깔려 있는 러그는 갤러리의 영역성과도 같다. 본래 특정지을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복도갤러리의 희미하던 장소성은 회색의 러그 위에서 생겨난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드로잉 10점은 작업 중 주어지는 대지와 조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눈 앞에 놓이는 대지와 소통하며 도시를 누르고 있는 여러 겹의 복잡한 상황들을 자신만의 기억과 상징을 떠올리며 풀어나간다. 지금의 복도갤러리도 여러 번의 전시를 겪으며 낡거나 지저분한, 또는 갑자기 조용해진 폐허와도 같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이 곳에서 전체를 예측하며 부분의 잠재성에 대해 질문한다.
복도갤러리 한 켠에 놓인, 두 개의 오브제는, “산은 인공구조물이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손에서 깎여 나간 덩어리와 화학접착제에 의해서 녹은 형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또는 우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예상치 못한 감각을 깨우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미세한 공간감을 시각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불분명한 치수를 가진 목재로 세워진 오브제는 복도갤러리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작가가 작업 중 가지고 있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하는데, 이 또한 복도갤러리가 어떤 장소가 될 수 있을지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그 둘 중간에 놓인, 단면이 보이는 구조물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또다른 공간이며 미완의 공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순서를 넘긴다. 마지막으로, 좁은 벽에 걸려 있는, 임의로 세워진 도시의 모형은 사람들에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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